
ACES LEGAL COLUMN
사건화(고소·고발)가 늦게 이루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들어가며
법적 분쟁, 특히 형사사건에 휘말렸을 때, 곧바로 고소장을 들고 수사기관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생소한 절차에 대한 막막함,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적지 않은 비용 부담, 그리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결정을 미루게 만듭니다. 특히 상대방이 친구나 직장 동료처럼 가까운 사이일 경우,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것 자체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주저하게 됩니다.
그러나 법적 절차의 개시, 특히 형사 고소·고발을 미루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고소·고발이 늦어질 경우 실제로 어떤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두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적절한 고소·고발 시점은?
형사소송법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수집하기가 가장 용이합니다. CCTV 영상은 일정 보관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되고, 문자 메시지나 통화내역도 기기 교체나 앱 삭제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목격자의 기억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집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고소·고발은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물론 친고죄가 아닌 일반 범죄의 경우 고소기간에 법적 제한은 없으나, 이는 "언제든지 고소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의미일 뿐, "늦게 고소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고소·고발 시점이 늦어질 경우 발생하는 문제들
① 증거 수집의 한계
사건 발생 직후에는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달라집니다. CCTV 영상은 일정 보관기간이 지나면 폐기되고,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내역, 통화기록 등은 기기 교체나 앱 삭제 등으로 소멸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과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제한적입니다.
②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
고소·고발 시점이 늦어질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고소 지연 사실을 하나의 고려 요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고소 지연 사실 자체를 신빙성 부정의 결정적 근거로 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소가 늦어진 경위에 대한 피해자의 설명이 납득할 만하지 않을 경우, 신빙성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가 범행 일시로부터 7개월 이상 경과한 후 고소한 사안에서, 고소가 지연된 이유에 관한 피해자의 설명이 충분히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어서 설득력을 갖는다고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신빙성을 부정한 사례(서울고등법원 (춘천) 2024. 5. 22. 선고 2023노276 판결)도 있습니다. 또한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2년이 경과한 후 고소가 이루어진 사안에서, 고소 이전에 주변 지인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진술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까지 더하여 신빙성 판단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한 사례(인천지방법원 2022. 12. 9. 선고 2022고합160 판결)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고소·고발 시점이 늦어질수록 피해자 측은 단순히 피해 사실 자체를 입증하는 것에 더하여, "왜 이제야 고소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추가로 소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 기록하고 저장해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고발을 즉시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 기간 동안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두는 것이 추후 법적 절차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 ① 전자기록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해두기: 직장 상사로부터 폭언이나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처럼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메일, SNS 메시지, 메모 앱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직후 상황을 기록해두십시오. 입력 시간이 객관적으로 기록되는 전자기록은 추후 피해 사실 발생 시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 ② 주변 지인에게 피해 사실 공유해두기: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법원은 고소 이전에 주변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를 신빙성 판단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사건 발생 직후 또는 고소 이전에 주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내역이 있다면, 이는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
- ③ 의료기관 방문 및 진단서 발급: 폭행·상해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직후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단서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서에는 상해의 부위와 정도, 발생 경위 등이 기재되므로, 추후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