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ES LEGAL COLUMN
억울하게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 '형사보상'과 '형사비용보상청구' 제도
길고 고통스러웠던 형사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많은 분들이 비로소 억울함을 풀었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가 눈앞에 다가옵니다.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재판을 받으며 지출한 상당한 금액의 변호사 선임 비용, 그리고 재판에 출석하느라 허비한 시간과 정신적 고통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요?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국가의 형사사법권 행사가 결과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피해를 국가가 보전해 주는 제도가 바로 형사보상과 형사비용보상청구입니다. 두 제도는 모두 헌법 제28조가 보장하는 형사보상청구권에 근거하지만, 그 목적·요건·절차·보상 범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하에서 두 제도를 체계적으로 비교·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제도의 근거와 목적
가. 형사보상 — ‘구금’에 대한 보상
형사보상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에 근거합니다. 핵심은 신체의 자유 침해, 즉 미결구금이나 형 집행에 대한 금전적 보상입니다.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나. 형사비용보상 — 재판 ‘비용’에 대한 보상
형사비용보상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에 근거합니다. 국가의 잘못된 형사사법권 행사로 인하여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 부득이 변호사 보수 등을 지출한 경우, 국가로 하여금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도록 함으로써 방어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5. 선고 2018모906 결정). 구금 여부와 무관하게 재판 비용 자체를 보전해 준다는 점에서 형사보상과 구별됩니다.

2. 보상 요건 비교
가. 형사보상의 요건
- 무죄재판 확정 + 미결구금: 형사소송법에 따른 일반 절차 또는 재심·비상상고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미결구금을 당하였을 때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보상법 제2조 제1항).
- 원판결에 의한 구금·형 집행: 상소권회복에 의한 상소, 재심 또는 비상상고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원판결에 의하여 구금되거나 형 집행을 받았을 때에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보상법 제2조 제2항).
- 판결 이유에서의 무죄도 포함: 판결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미결구금 가운데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수사와 심리에 필요하였다고 인정된 부분에 관하여는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 3. 11. 선고 2014모2521 결정).
- 면소·공소기각의 경우: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이라도,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는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보상법 제26조 제1항 제1호).
나. 형사비용보상의 요건
형사비용보상의 핵심 요건은 무죄판결의 확정입니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 구금 여부는 청구의 요건이 아닙니다.
- 판결 이유에서의 무죄도 포함: 형사보상과 마찬가지로, 판결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재판에 소요된 비용 가운데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하였다고 인정된 부분에 관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5. 선고 2018모906 결정).
- 면소·공소기각의 경우: 형사보상법과 달리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는 면소·공소기각 판결에 대한 비용보상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3. 보상의 내용과 범위
가. 형사보상의 내용
구금에 대한 보상을 할 때에는 구금일수에 따라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 최저임금액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비율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합니다(형사보상법 제5조 제1항). 법원은 보상금액을 산정할 때 ① 구금의 종류 및 기간의 장단, ② 구금기간 중에 입은 재산상의 손실과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 또는 정신적인 고통과 신체 손상, ③ 경찰·검찰·법원 각 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④ 무죄재판의 실질적 이유가 된 사정, ⑤ 그 밖에 보상금액 산정과 관련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야 합니다(형사보상법 제5조 제2항).
나. 형사비용보상의 내용
비용보상의 범위는 ①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그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일당·숙박료와 ②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에 한정됩니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 보상금액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증인에 관한 규정을,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
변호인 보수를 국선변호인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무제한적인 비용보상으로 인한 국가의 지나친 재정부담을 방지하고 비용보상제도를 신속·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3. 8. 29. 선고 2012헌바168 결정).
💡 맺음말
형사보상과 형사비용보상은 억울하게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의 피해를 국가가 보전하는 제도입니다. 구금을 당한 경우라면 형사보상을 통해 신체의 자유 침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구금 여부와 무관하게 변호사 선임비용 등 재판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형사비용보상을 통해 그 비용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두 제도는 중복 청구가 가능하므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피해 회복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다만 청구기간(무죄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 후 5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형사보상법 제8조;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2항). 억울한 재판으로 피해를 입으셨다면 기간 내에 전문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정당한 보상을 온전히 받아내시기를 권장합니다.
